내 책상 위의 책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2012/05/06 22:54 by cleo

 
서점에 가서 책구경하고 싶어서 '인디고 서원'에 갔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손님이라고는 우리뿐.
책 안팔려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 곳에 가면 생기가 넘치고, 서점 곳곳에 놓인 화분들은 아름답게 자라 있었다.

같은 책이라도 인디고에 진열되어 있으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아주 특별한 책이 되어버린다.
사고 싶은 책은 너무너무 많았지만.. 네 권만 사왔다.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안도 다다오.
-『The American Century』, 휘트니 미술관 기획.
-『여행자 예찬』, 프란츠 카프카.
-『책의 유혹』, 성석제 하성란 김연수 외.


예전에 달맞이에 있는 어느 갤러리에서 '안도 다다오의 건축세계'에 관한 강의를 들었었다.
그 강의를 다 듣고나서는 일본에 있는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들을 둘러보는 거였는데..
회사에 휴가를 낼 수가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만 했다. 그럴 기회가 없을텐데 지금도 많이 아쉽다.

책은 쉽고.. 잘 읽히고.. 재미있었다.
안도 다다오의 여러 건축물 중에서 내가 관심이 있는 건 '주택'이다.
그가 건축가로 데뷔한 실험적인 작품인 '스미요시 나가야住吉の長屋' .
폭 3.6미터, 깊이 14.4미터의 콘크리트 박스형 주택.

스미요시 나가야 住吉の長屋 1974, 안도 다다오.

'도시에 터를 잡고 살려고 분투하는 개인을 위한 가정집'
'이렇게 비좁은 대지에 어떻게 이렇게 풍부한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는가'라는 평을 들을 수 있는 집을 짓고 싶었다.
그런 바람으로 전심전력을 다해 설계에 들어갔다.

창이 없는 외관은 너무 폐쇄적이다.
안팎을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한 것이 과연 가정집으로 적당할까,
단열도 되지 않아 추운 겨울에는 어떻게 생활할 수 있을까.
비가 오는 날 침실에서 화장실에 가려면 난간도 없는 계단을 우산을 받쳐들고 가야한단 말인가...

스미요시 나가야는 상식적인 기능주의 관점에서 보자면 불편하기 짝이 없는 집이다.
1979년 일본건축학회상을 받았을 때도, 
'결코 일반적인 답이 될 수는 없는 집'이라는 말꼬리가 붙었다.


현실적으로 집 주인에게 번거로움을 강요한다는 점 말고도.. 
건축가의 이기심에서 나온 집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능을 생각하지 않고 예술 작품처럼 자기 취향대로 만든 집이라는 비평에는 동의할 수 없다.
결코 이 집은 그 안에서 영위되는 생활을 무시하고 만든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일상생활이 무엇인지, 가정집이란 무엇인지를 나 나름대로 철저히 생각하고 계산해 낸 건축이었다.

문제는 이 장소에서 생활하는 데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주거란 무엇인가 하는 사상의 문제였다.
이에 대하여 나는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생활이야말로 주거의 본질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제한된 대지이기 때문에 냉혹함과 따뜻함을 두루 가진 자연의 변화를 최대한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최우선시하고 무난한 편리함을 희생시켰다.

넓지도 않은 집에서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정은 얼마나 낭비적인 공간인가.
하지만 나는 어릴 적 살던 집을 떠올리면서 이 중정이라는 자연적 공백이야말로 
좁은 집안에 무한한 소우주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믿었다.
동시에 중정으로 들어오는 자연의 그 냉혹함까지 받아들이고 일상생활의 멋으로 알고 살아갈 수 있는 강인함이 인간에게는 존재하다고, 적어도 원래부터 그곳에서 살아온 건축주 아즈마 부부라면 이 집을 충분히 이해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안이한 편리함으로 기울지 않는 집.
그곳이 아니면 불가능한 생활을 요구하는 가정집.
그것을 실현하기 위하여 간결한 소재와 단순한 기하학으로 구성하고 생활 공간에 자연을 대담하게 도입했다.
이 주택은 나에게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건축의 원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안도 다다오'에게 내 집을 지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건축학개론' 후유증-.-)
불편함을 감수하고 '도시게릴라'처럼 굳세게 살아 내겠다고 각오는 하고 있지만.. 자신은 없다..;;
그래도 작은 콘크리트집이니까.. 돈은 많이 안 들 것 같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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